“치유와 회복의 화원(花園), 꿈 속 같은 오제 습원(濕原) 트래킹”
글과 사진 : 양 효용/ 프리랜서 여행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는 ‘천상의 습지’ 또는 ‘구름 위의 화원’이라고 불린다는 일본 오제 국립공원의 취재 여행을 제안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약간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인간이 100년 가까이 살아가려면 논리와 이성의 지배를 받는 정확하고 밝은 부분도 필요하지만, 숨은 욕망과 욕심이 뒤섞여 꿈틀거리는 어두운 부분들도 반드시 필요한 거겠지? 수년 전, 내가 오제를 방문해서 히우치가다케산(2,356m)을 오르내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습지 속의 둘레길 목도(木道)를 천천히 걸으면서 고민했던 부분이었어. 어쩌면 그 여행 이후로 나 자신은 물론, 타인들을 다독이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된 거 같아!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지. 때로는 축축하고 어둡지만 결코 추하거나 더럽지 않고, 오히려 더 맑고 깨끗하고 포근한 곳이 바로 오제 습원이었어. 꼭 가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곳이야. 솔직히 내 짧은 어휘 능력으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곳이라고 해야겠지!”
그 말을 듣고 난 후, 꽤 오래 전 해외출장 중에 비행기에서 봤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구름 위의 산책’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고지에 자리 잡은 넓은 포도밭에서 심성 따뜻한 사람들, 즐겁고도 보람찬 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참으로 서정적이고 몽환적이던 영상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였다.
1,400m 이상의 고지에 자리 잡은 오제 습지(濕池)와 습원(濕原)도 아마 그런 풍경이 아닐까 하는 나름대로의 상상을 하면서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오제 국립공원의 방문을 실현하게 되었다.
센다이 공항 출국장으로 나오니 일본 ‘동북관광추진기구’ 직원들이 환영 현수막을 들고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한 탓에 도호쿠 지방 7개 현이 연합하여 관광 부활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첫 날의 첫 경유지는 공항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오색소(五色沼, 고시키누마)였는데 이곳은 1888년 반다이산 화산 폭발 때 분출된 용암으로 인해 형성된 호수이다.
토양에 함유된 다양한 광물질 때문에 다양한 물 색깔을 연출한다. 4km의 탐방로를 따라 비샤몬누마, 미도로누마, 벤텐누마, 루리누마, 아오누마라고 이름 지어진 크고 작은 연못(Pond)들을 구경할 수 있다.
호수 탐방로는 아주 호젓하고 조용해서 나무판이 깔린 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면 대략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2인용 보트를 타고 커다란 비단잉어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다니는 호수에서 뱃놀이도 할 수 있다.
오색소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정도를 더 달리니 미나미아이즈(南夽津)에 있는 오우치주쿠(大內宿)라고 하는 역참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800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서 평화시대가 시작된 도쿠가와 막부의 ‘에도’ 시대에 더욱 확장이 되어 무사와 상인, 예인들과 백성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문경 새재 쯤에 있는 대규모 주막촌으로 생각하면 된다.갈대로 엮어 만든 지붕을 얹은 일본 특유의 전통 가옥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줄 지어 서 있다. 현재까지도 국내외 관광객들의 숙박시설로 이용이 되고 있다고 하니 일본 사람들의 야무지고 정교한 건축술과 더불어 유지보수 기술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첫 날의 여정은 아이즈 고원에 자리 잡은 ‘아이즈고원’ 호텔에 오후 7시경 당도하여 식사 후 온천욕을 하는 것으로 종료가 되었다. 호텔은 이름에 걸맞게끔 800미터 고지 숲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치 설악산 국립공원 내의 멋진 호텔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곳 또한 일본의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야외 노천 온천장(21시 Close)이 있었고, 건물 내부에는 대욕장(24시간 Open)이 마련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온천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가 있다.
둘째 날의 일정은 호텔 뷔페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버스로 오제 국립공원 내의 미이케(Miike, 御池)에 8시 경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다. ‘미이케’의 휴게소에서 셔틀버스로 15분을 오르면 ‘누마야마 토게’ 언덕(Numayama Toge Pass)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부터 걸어서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인, 미이케–>누마야마 토게 언덕->오오에 습원->아자미 습원->시라스나타시로->오제가하라->미하라시(見晴)의 야시로 산장 도착 코스(총 16.5Km, 6시간 소요)를 선택했다.
트래킹 출발지인 ‘누마야마 토케’ 언덕의 해발고도가 1,760m라고 하니 이미 2/3 이상을 올라온 것이었다. 御池(Miike)<->沼山峠(Numayama Toge) 왕복 셔틀버스 요금은 520엔(편도 260엔)이다. 운행 시간은 하절기엔 첫차가 새벽 4시 30분 출발이고 막차는 16시 50분, 동절기엔 첫차가 5시 30분 출발이고 막차는 동일하다.
일본인 등산 가이드 ‘히라노’씨의 구령에 맞춰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 18명의 트래커들은 원시림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고, 나무판이 깔린 목도 주변으로는 희고 노랗고 붉고 파란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 있었다. 걔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나도수정초’ 같은 희귀한 품종들도 있었으니, 꽃과 나무들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목도 옆의 굵고 곧게 뻗은 눈잣나무들의 희고 넓은 등짝에는 붉은 색으로 표시를 해놓은 선이 있었는데, 지난 겨울 동안 그곳까지 눈이 쌓였다는 표식이라고 한다. 그 위로 있는 화살표시는 길 안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20여분 만에 누마야마 언덕 전망대에 다다르자 숲 사이로 멀리 오제누마 호수가 언뜻 보였다. 그곳에서 앞으로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오제 습원의 풍광을 머리 속에 미리 그려보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마시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오제 습원은 약 1만년 전에 화산폭발로 인해 흘러내린 용암이 다다미(貝見川) 강을 막으면서 해발 1,400~1,600m 지역의 산허리를 따라 수많은 습지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오제 국립공원 지역은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의 3개 현에 걸쳐 있으며, 광대한 습원인 오제가하라(見晴 1,423m), 오제누마 늪, 그리고 시부츠산과 히우치가다케산 등 일본의 대표적인
명봉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라고 한다.
‘히라노 초오조’씨가 개척한 지 약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는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청정하고 아름답게 보전이 되어 있어서 일본 자연보호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한다. 일본인들 또한 죽기 전에 반드시 방문해야 할 여행지라면서 모든 일본인들이 아끼고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국가적으로도 법률에 의해 특별보호지구 및 특별지역으로 지정하여 자연 생태계와 경관이 엄격히 보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일본 특별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어 귀중한 자연문화재로서 높은 수준의 보존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람사르’ 국제조약에 등록된 습지로서 철새 등의 생물과 귀중한 생태계가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습원의 잔설이 사라질 무렵인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마치 하얀 요정과도 같이 생긴 물파초(미즈바쇼)가 피기 시작하고, 그 밖에 동의나물, 곰취, 참나물 등을 포함한 산나물과 야생화들이 앞다투어 꽃을 피우운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8월 상순까지는 희귀종인 나도수정초를 비롯해서 다채로운 꽃들이 만발하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름의 오제를 대표하는 ‘큰원추리’는 오제가하라와 오제누마 늪 주변의 오오에 습원에 군락을 지어, 마치 노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단체군무를 추듯이 피어나며, 또한 이때쯤 시부츠산의 오제소다년초, 아이즈코마가다케산의 앵초과의 고산식물 등의 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8월 중순 이후 여름 꽃이 만발하는 시기가 지나면, 습원에는 과남풀 등의 가을 꽃과 함께 습원의 풀들이 단풍이 들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풀 단풍’의 계절을 맞이한다고 하는데 주변의 산들도 붉고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여 그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10월 중순이 지나면 산장들도 영업을 중단하고, 오제는 길고 춥고 눈이 많은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그 겨울이 지나 5월 초의 긴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서 산장과 국립공원은 다시 사람들을 맞이한다고 한다.
누마야마 토오게 언덕으로부터 20분 정도를 걸으면 본격적인 습지의 입구에 도착을 한다.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구름 위의 정원이었다. 여름 햇빛이 강하긴 했지만 좀 더 잘 보고 깊이 느끼기 위해서 선글라스를 벗어버리고 식물들을 관찰하고 숲과 습지를 둘러보았다.
습지의 여기저기에서 백(白), 황(黃), 적(赤), 청(靑), 녹(綠)의 꽃들이 피고 지고 있었는데 어전교(고젠다찌바나), 두루미꽃, 원추리, 물꽈리 아제비, 등대풀, 초롱꽃, 산마늘, 난초, 장구채, 소암경(고이와카가미), 투구꽃, 의립초(키노가사소우), 산철쭉, 기생초, 붉은병꽃, 산까유우 등이 홀로 또는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었다.
습원에 들어선 후 3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오제누마 방문객 센터 겸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오제에 자생하는 동식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 등과 함께 오제 국립공원의 자연과 역사를 알 수 있는 안내물과 책자들이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 센터(Visitor’s Center) 주변에는 오제누마 호수 건너편으로 히우치가다케 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 겸 방문객 무료 휴식처(화장실, 급수대)도 마련이 되어 있고, 지은 지 200년 정도 된다는 ‘장장소옥’이라는 산장도 있어서,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누구라도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가 있겠다 싶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습원을 보면서 호수 둘레길을 50분 정도 더 걸으니 오제누마 호숫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휴게소(Nushiri)가 나왔다. 버려진 작은 논 같은 습지에는 수련이 올망졸망 자라고 있었는데 물에 비친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어릴 적 커다란 일본 달력 속에서 본 바로 그 풍경이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가슴 속에 가득 담으면서 여행사에서 제공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충분한 휴식과 사진촬영 시간을 가진 후에 ‘시라수나 타시로’를 지나 숙박지인 ‘야시로 고야’ 산장을 향했다.
이곳은 ‘미하라시(見晴)’ 지역인데 그곳에만 13번~18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6개의 산장이 있다. 수용할 수 있는 총인원은 900명 정도라고 하며, 우리가 묵는 야시로 산장에만 25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산장 주변에는 별도의 무료 캠핑장도 있다.
오제에는 물이 풍부해서 산장에서 오후 3시 이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1박 2식에 1만엔인데 방도 넓고, 그런 오지에서 온수 샤워까지 할 수 있으니 그리 비싸다고 볼 수는 없겠다 싶다. 단, 자연 보호를 위해서 샴푸와 치약 같은 것은 사용할 수가 없다.
산장 도착 후에 지정해 준 2층 다다미방에 배낭만 벗어두고서 산장 앞으로 나 있는 목도를 따라 서쪽으로 시부츠산(2,228m)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습지, 시모타시로(下田代)를 걸었다. 30분 정도를 걸어가니 용궁십자로(류구-주지로 Cross road)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자 오제 내의 11번 산장이 있었다. (오제 국립공원 내에는 총 23개의 산장과 공원 외곽으로 11개의 주차장이 있다.)
목도를 따라 오고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에게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건넸고 표정은 밝고, 태도는 친절했다. 좁은 나무판자 길이었지만, 그 누구도 어깨를 부딪히지도 않았고, 쪼그리고 앉아 사진 촬영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붉히거나 짜증을 내지도 않았다. 다들 스스로 알아서 비켜서 오가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배낭을 벗고 습지 산책을 하니 한결 몸이 편했다. 길과 몸이 편하니 걸음도 마음도 편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산장으로 다시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하루 종일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수첩에 기록한 글도 다시 읽어보고, 산장에 비치된 안내책자도 읽어보면서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저녁 식사 안내방송을 기다렸다.
산장 앞 공터에는 피크닉 테이블 십여 개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혼자 또는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해먹거나 하면서 습지의 저녁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방해꾼은 있는 법! 그렇게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가 오후 5시쯤 한국인 산행팀이 산장에 도착하면서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산장에서 파는 생맥주(500cc 700엔)와 자신들이 한국에서 직접 가지고 온 소주와 양주를 마시면서 지나치게 웃고 떠드는 통에 내가 무안하고 창피할 정도였다. 그 어글리 코리안들은 취침 소등 시간인 9시가 지나도록 고요한 산장의 저녁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가이드 ‘히라노’씨는 산장 뒤,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하면서,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낀 풍경과 더불어 용궁십자로 부근의 전망대에서 일출을 꼭 보라고 추천을 해서 새벽 4시에 조용히 산장을 빠져나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요하고도 엄숙한 풍경을 보기 위해 주변 곳곳에 나와 있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꿈 속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깊은 잠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회색빛 운무가 습지 초원 가득히 내려앉아 한편으론 TV 다큐멘타리에서 본 아프리카 초원의 어느 지점에 와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말 그대로 몽환적이었다.
초하(初夏)인 7월의 새벽이었지만 해발고도가 1,400m가 넘는 곳이기에 피부로 느끼는 기온이 몹시 차가웠다. 얇은 우모복을 입기는 했지만 한참을 서있다 보니 한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한기쯤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야시로고야 산장 앞의 이슬 가득 머금고 있는 새벽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면서도 평화로웠다.
3일차 일정은 미하리시의 산장을 출발해서 아카다시로(赤田代) 지나, 산죠 폭포를 본 후에 다시 텐진다시로(天神田代) 습원을 거쳐 전날의 출발지인 미이케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총 거리가 약 11km에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멋지고 아름다운 풍광들이 계속해서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멀리 높은 산에는 겨울 내내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채 남아 있었지만, 피부에 쏟아지는 청정지역의 햇살은 강렬했다.
80여 미터 낙차를 지닌 산죠 폭포의 하얗고 거대한 물줄기가 쏴아아~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산산이 부서지며 떨어지다가 힘이 다하는 자리에서 다시금 솟구치는 하얀 포말이 주변 숲을 풍요롭게 했다. 마치 우리들의 아버지와도 같이 장엄하고도 희생적인 모습이었다.
5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휴게소에 속속 도착한 일행들 중에는 하루를 더 묵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표정들은 한결 같이 밝고 편안했다. 오제의 평화로움과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그들의 표정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오후 12시가 조금 넘어,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메이지 유신과 관련하여 많은 역사적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아이즈 와카마쓰의 ‘쓰루가’ 성을 향해 출발을 했다.
흔히들 ‘매사 비교되는 또는 비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불행하다‘라고도 하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지난 겨울 일본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오제 가하라‘ 국립공원 지역을 탐방하는 여행에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리 속에서는 끊임없이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곤 했다.
그 비교 대상은 우리와 일본의 자연과 환경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유지 관리 보존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고 지키고 발전시키는 시스템까지도 포함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부러웠다. 높고 깊고 넓고 푸르고 맑은 그들의 자연과 환경 자체만으로도 몹시 부러웠지만, 그것들의 청정함과 아름다움을 지극히 자연친화적으로 지키고 관리하는 일본인들의 자질과 품성이 더욱 더 부러웠다.
【에필로그】『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연에게도,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훼손됐거나, 산불이나 홍수 또는 가뭄과도 같은 자연의 극심하고 과도한 힘에 의해서 망가진 자신을 회복하고 치유하려면,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스스로의 힘과 리듬으로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자유와 혼돈의 추스림과 숙성의 시간과 공간이 충분히 주어져야만 할 것이다.
오제는 그렇게 해서 다시금 완벽히 복원이 된 습지라고 한다. 그렇기에 그곳 오제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회복과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리라.
인간은 도시를 세우고 공장을 지으며, 문명의 이름으로 개발을 도모하고 능률을 추구하지만 사실은, 버려진 땅처럼 보이는 습지나 갯벌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생명 부양의 생태계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개발을 목적으로 한 관개와 매립, 오염 등으로 습지와 갯벌이 훼손되고 있는데, 생태학적 또는 생물학적 이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습지와 갯벌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20여년 전부터 인식되고 있다.
개발 논리로만 철저히 무장이 된 사람들에게 오제 국립공원 트래킹만큼 교훈적인 여행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제 습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 휴식과 깨달음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거대한 자연친화적 습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끝)
참고 :
KTB 대한여행사 센다이지점/ 지점장 이 정임, tel: 022-211-9077, Fax: 022-796-0217, H.phone: 090-5844-9153
동북관광 추진기구 tel: 022-721-1291, fax: 022-721-1293
추진본부 부본부장 Mr. Kazuhiko Sato e.mail : kazuhiko@tohokutourism.jp http://www.tohokukanko.jp 제2사업부 담당부장 Ms. Ayako Kusaka kusaka@tohokutourism.jp
후쿠시마현 관광교류국 관광교류과
Tel 0240521-7287 Fax 024)521-7888 Ms. Naomi Yabuki e.mail : yabuki_naomi_01@pref.fukushima.lg.jp http://www.pref.fukushima.lg.jp/
동북운수국 관광부 국제관광과장
Mr. Suzuki Zensuke tel : 022-791-7510 Fax : 022-791-7538 e.mail : suzuki-z2nj@milt.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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